2010년 2월 22일 월요일

[독후감] 지선아 사랑해 - 김재용님

최루서, ‘지선아 사랑해’


신입사원 연수중의 일이다. 입사동기 중 한 명이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. 누군지 참 재치가 있는 고백방법이라며 그 동기를 놀려댔다. 책띠에 있었던 문구는 ‘나는 행복합니다’였다. 역시나 놀리기에 좋은 소스였다. 계속해서 놀리다가 책을 빌리게 됐다. 책을 다 읽기도 전에,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게 되었고, 내 행동에 대해 뜨거운 반성을 하게 됐다.


나는 문학을 웬만해선 읽지 않는다. 극의 전개상 필수적인 논리적 비약이 가끔 짜증이 날 정도로 어이없는 결론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. 오페라의 유령을 읽었을 때, 결국 건축과 음악과 각종 학문에 있어 천재인 유령의 정체에 경악을 금치 못 했음을 아직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.


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. 바로 가시고기다. 작가가 그려낸 뜨거운 부정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지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었다. 하지만 ‘지선아 사랑해’는 문학이 아니다. 전혀 꾸밈이 없었다.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주인공이 너무 오래 살게 하지는 말아달라는 기도를 드렸다고 고백하는 부분이 내가 이미 저질러 버린 경솔한 행동을 떠올리게 했다. 이 책에 손을 댄 것은 벌이었다. 깊이 있는 이해가 없이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반성과 함께, 주인공의 처지에 대한 연민, 경솔한 행동에 대한 미안함과 수치심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. 극심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에게 면목이 없어 그 날은 지은이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을 수 없었다.


이 책의 분량을 고려했을 때, 수능시험을 치는 학생의 마음으로 읽는다면 1회독에 소요되는 시간은 그리 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. 하지만 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는 메마른 나조차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지면이 흐려져 읽기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. 베개 옆에 놓아두고 그렁그렁해진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잤다. 그렇게 3일 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.


지은이는 평범한 여대생이었으나 평범한 어는 날 갑작스레 당한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게 된다. 자동차사고였고 그녀의 오빠가 같은 자리에 있었다. 차가 폭발하기 전에 지은이를 차에서 끄집어내었고 그 과정에서 연료가 몸에 묻은 채 불이 붙었다. 차에 뒀더라면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. 지은이가 오빠를 ‘오까’라고 부른 사연을 읽으면서, ‘오까’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은이의 오빠가 느끼는 슬픔의 무게를 짐작할 수 없어 한없이 무거운 마음이 되었다. 책을 빌린 것을 후회했다. 난 기본적으로 유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, 이 책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.


이 책은 지은이의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오빠의 편지가 조금씩 섞여있다. 그 편지를 읽으며 지은이에게 닥친 사고가 가족전체에게 안겨준 슬픔의 무게가 내게도 전해졌다. 그 오빠는 사고의 현장에서 지은이가 제일 예뻤을 시간의 마지막을 함께 했기에 그 무게가 더 무거웠으리라. 한편, 그럼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지은이가 대견했다. 당장의 조그마한 일에도 짜증내고 불평하는 나를 반성하게 하는 부분이었다.


나는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한다. 읽는 동안 계속해서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걸 느끼게 해 버린다. 세상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꾸 알려준다. 그냥 난 내 일상에 젖어 가끔 투정도 부리고 싶은 사람인데,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아마 못 했을 것이다(했을 지도 모르겠다;;).


내가 흘리는 눈물은 너무나도 재미있어 자지러지게 웃다가 찔끔 흘리는 눈물이었으면 한다. 이런 눈물을 재촉하는 책(제목에 ‘최루서’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)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. 누군가에게 권하지도 않는다. 다만 느낀 바를 전할 뿐이다.


이 책은 눈물샘을 자극한다. ‘지선아 사랑해’, ‘나는 행복합니다’. 이 두 문장의 의미는 혹시 이후에 책을 접하게 되는 분들을 위해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.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. 사소한 연애에 관한 이야기쯤으로 알고 책장을 열었다가는 나와 같이 큰 코를 다치게 될 것이다. 아마 난 앞으로도 슬픈 감정을 전하는 책을 고를 일은 없을 것이다.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일은 이 책으로 끝내려고 한다.


혹, 누군가 이 책을 고르려고 한다면 지은이가 기독교인인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. 참고로 난 특정한 종교를 지지하고 있지 않아 딱히 거슬리는 점은 없었다.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, 한 마디 사족을 덧이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.

0 개의 댓글:

댓글 쓰기